'경력 같은 신입' 말로만 들었는데…판 제대로 깔렸다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4-01-07 07:00   수정 2024-01-22 10:42

저는 20대부터 사업을 했어요. 하지만 사회에서는 4대 보험을 받지 않는 일을 하면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더군요. 시대는 변하는데 채용 시스템은 그대로인 것 같아 직접 창업에 나섰습니다. △경력을 쌓기를 원하는 취준생 △경력이 단절된 주부 △은퇴를 한 시니어들의 틈새 일자리를 만들어 연결했죠.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어요. 누구나 '경력 같은 신입'이 되도록 했죠. 이제는 MG새마을금고 SK행복나눔재단 등과도 협업 중입니다. (웃음)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기존의 일자리를 '긱 워커(초단기 근로자)'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배달 △숙박 △차량 서비스처럼 단순노동에서 △문서 작성 △디자인 △기획 △비즈니스 컨설팅까지 영역이 점차 확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약 6800만명의 근로자가 긱 워커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2028년에는 미국 내 근로자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억대 연봉을 버는 '슈퍼 프리랜서'들이 늘고 있지만 금융과 복지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런 기존 관념을 깨기 위해 창업에 도전한 이가 있다. 3년 새 2만5000명이 넘는 '긱 워커 플랫폼'을 만든 이지태스크 전혜진(46) 대표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실시간 사무보조 온라인 매칭 플랫폼’ 이지태스크의 대표 전혜진(46)입니다. 저는 20대부터 사업을 했어요. △중고 명품 시계 판매 △일본에서 고양이 수입 △음식점 △어린이집 운영 등을 운영했죠. 창업 경력이 20년이 넘었지만, 사회에서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의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이후로 원격 근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게 되었고, 이를 기회로 삼아 2020년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 ‘이지태스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분들이 일을 맡기나요.
"일손이 부족한 1인 사업자나 초기 스타트업자들입니다. 대부분 밤을 새워서 혼자서 일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사업도 키우지도 못하고 지치는 상황이 반복돼요. 콜센터나 고객을 관리할 인력도 부족하죠. 대기업들은 대부분 외부 하청을 통해 한 번에 대거 고용해 운용하는데,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작아 불가능하죠. 소규모 아웃소싱은 관리비용이 더 커요. 한 명을 고용하려면 관리자도 필요해 비용이 2배가 더 들죠.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와 협업하면서 비용도 절감하고 관리까지 맡길 수 있는 저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죠.(웃음)”



Q. 매칭은 어떻게 되나요.
"카카오택시처럼 데이터를 기반해 연결해 줍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업무 특성을 분석해 데이터화하죠. A 기업에서 디자인 업무를 잘했다면 B 기업에 소개하는 방식이죠. 중간에 사람이 개입할 일 없이 24시간 쉼 없이 자동시스템으로 연결해줍니다. 화상 회의나 업무 지시도 가능하죠.
△매칭 △소통(채팅, 화상회의, 업무기록관리 등) △정산(출퇴근기록관리, 비용자동정산) 등의 서비스가 모두 포함되어있어 단순 인건비가 아닌 원스탑 서비스로서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Q. 보통 어떤 업무들을 맡기나요.
"크게 3가지 △시장조사(28%) △문서작업(21%) △디자인작업(18%) 과정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보통 업무를 시작하면 자료 조사부터 하잖아요. 기업이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죠. 그 후에는 그 자료를 문서로 작업하도록 합니다. 이후에는 인포그래픽 같은 디자인 작업을 맡기도록 디자이너들과 연결해주죠. 업무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Q. 다른 플랫폼들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인턴십을 하는 것보다 실제 현업에 대해 더 잘 배울 수가 있어요. 엑셀처럼 한 가지 일만 잘해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죠. 합리적인 대가도 받습니다. 경력 증명서도 발급할 수 있어요. 커피숍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들은 아무리 내가 일을 잘해도 다음 단계가 없잖아요. 성장하지 않는 일자리가 아니라 성장하는 일자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간접적으로 현업을 경험하다 보면 내가 부족한 점도 배울 수도 있어요.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기능이 아니라 실제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이나 툴을 배울 수 있죠. 회사 상사와 소통도 경험하죠. 말로만 듣던 '경력 같은 신입'이 가능합니다."



Q. 어떤 이용자들이 많나요.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은 현재 2만5000명이 넘었어요. 연령대는 20대, 성별은 여성 비율이 많습니다. 집에서 육아와 병행해서 일하는 분들이 많아요."

Q.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낯섭니다.
"해외에서는 최근 우버 판결처럼 긱워커들도 노동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고 있어요. 프리랜서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나라도 있죠. 그 자격증이 있으면 협회의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인식이 부족해요. 시니어 청년층을 위한 틈새 일자리들이 필요한데 정부에서는 4대 보험 일자리가 아니면 관심이 없죠."

Q. 제주관광공사와도 협업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추가로 또 준비 중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일도 할 수 있는 지원 사업입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복지 혜택을 줄 생각입니다."

Q. 일자리 혁신을 꿈꾼다고요.
"취업하지 않아도 일하는 시대가 됐어요. 정년이 끝나도 계속 일을 하는 것도 가능하죠. 시니어들이 가진 업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하고 있어요. 단순 사무 일을 하다 보면 커다란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중간 기획 관리자가 필요로 하죠. 매니저 과정을 통해 시니어들을 영업할 생각입니다. MG새마을금고 SK행복나눔재단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협업 중입니다."

Q.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만들 계획인가요.
"지난 2년간은 긱워커들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좋은 일을 줘야 합니다. 고객사들을 확보하는 데에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 400개 기업을 확보했어요. 수요와 공급의 비율을 맞춰야 생태계가 커지거든요. 일의 형태도 단순 보조에서 고급 업무 역량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웃음)"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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